경매 권리분석 기초 — 「말소기준권리」는 법에 없는 말입니다

이 글은 전월세·임대차 안내서에 속합니다. 처음이면 안내서의 읽는 순서를 먼저 보세요.

낙찰받은 뒤에도 남아서 내가 떠안게 되는 권리가 있고, 낙찰과 동시에 사라지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 갈림길을 정하는 조문은 민사집행법 제91조입니다. 그런데 이 조문 어디에도 「말소기준권리」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조문은 권리 종류별로 소멸·인수 규칙을 따로따로 적어놨고, 그걸 실무가 기준선 하나로 요약해 부르는 이름이 「말소기준권리」입니다.

이걸 확인하려고 제91조를 통째로 읽었습니다. 다섯 개 항 어디에도 그 단어가 없더군요. 용어를 몰라서 헤맨 게 아니라, 조문이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는 걸 알고 나서야 소멸·인수 판정이 정리됐습니다.

조문 원문 — 다섯 개 항이 전부입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인수주의와 잉여주의의 선택 등) — [시행 2026. 2. 1.] [법률 제20733호]

①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채권에 관한 부동산의 부담을 매수인에게 인수하게 하거나, 매각대금으로 그 부담을 변제하는 데 부족하지 아니하다는 것이 인정된 경우가 아니면 그 부동산을 매각하지못한다.

②매각부동산 위의 모든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

③지상권ㆍ지역권ㆍ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저당권ㆍ압류채권ㆍ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각으로 소멸된다.

④제3항의 경우 외의 지상권ㆍ지역권ㆍ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은 매수인이 인수한다. 다만, 그중 전세권의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제88조에 따라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된다.

⑤매수인은 유치권자(留置權者)에게 그 유치권(留置權)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

이게 전부입니다. 여기서 판정 기준이 되는 권리 세 가지가 제3항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 실무에서 「말소기준권리」라고 부르는 것들의 정체입니다.

항별로 뜯어보면 판정이 갈립니다

저당권 — 무조건 사라집니다

제2항이 “모든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된다”라고 씁니다. 조건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순위가 앞이든 뒤든, 근저당이든 저당이든 매각으로 소멸합니다.

바꿔 말하면, 저당권이 등기부에 하나라도 있으면 그 저당권 자체는 낙찰자가 떠안을 일이 없습니다.

지상권·지역권·전세권·등기된 임차권 — 선후로 갈립니다

제3항과 제4항이 짝을 이룹니다.

  •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으면 → 소멸 (제3항)
  • 그 외의 경우, 즉 대항할 수 있으면 → 매수인이 인수 (제4항)

여기서 「대항할 수 있다」는 건 실무적으로 그 권리가 저당권·압류·가압류보다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뜻입니다. 앞서면 살아남아 낙찰자에게 넘어오고, 뒤처지면 사라집니다.

전세권만 예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4항 단서입니다. 대항할 수 있는 전세권이라도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면 소멸합니다. 전세권자가 스스로 돈으로 받겠다고 나서면 권리를 유지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건 낙찰자 입장에서 변수입니다. 등기부만 보고 「선순위 전세권이니 인수」라고 판정했는데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했다면 결론이 뒤집힙니다. 등기부가 아니라 사건 기록의 배당요구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유치권 — 소멸·인수 규칙 밖에 있습니다

제5항이 따로 서 있습니다. 유치권은 소멸하지도, 인수되지도 않습니다. 조문은 매수인이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유치권은 등기되는 권리가 아닙니다. 등기부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현장에 가야 알 수 있고, 그래서 경매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항목입니다.

유치권은 소멸·인수 규칙 밖에 있습니다.
유치권은 소멸·인수 규칙 밖에 있습니다.

판정 순서

순서확인할 것근거
1등기부에서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의 존재와 등기 시점을 확인한다제91조 ③ (「가장 앞선 것」은 조문이 아니라 실무의 요약입니다)
2저당권은 전부 소멸로 처리한다제91조 ②
3지상권·지역권·전세권·등기 임차권이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있으면 인수, 없으면 소멸제91조 ③④ (실무는 이를 「기준선보다 앞/뒤」로 요약합니다)
4전세권이 인수로 판정됐으면 배당요구 여부를 사건 기록에서 확인한다제91조 ④ 단서
5현장에서 유치권 주장이 있는지 확인한다 (등기부에 없음)제91조 ⑤
6등기 안 된 주택임차인이 있는지 확인한다주임법 제3조의5

등기부에 없는 임차인 — 여기가 가장 큰 구멍입니다

제91조는 「등기된 임차권」만 다룹니다. 그런데 주택 임차인은 등기 없이도 보호를 받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경매에 의한 임차권의 소멸) — [시행 2026. 1. 2.] [법률 제21065호]

임차권은 임차주택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그 임차주택의 경락(競落)에 따라 소멸한다. 다만,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한,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원칙은 소멸입니다. 단서가 핵심입니다. 대항력이 있고 + 보증금을 다 못 받았으면 소멸하지 않습니다. 낙찰자가 남은 보증금을 떠안습니다.

등기부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낙찰 후에 임차인이 보증금을 청구하는 상황이 여기서 나옵니다. 등기부만 보고 「깨끗하다」고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저는 권리분석에서 가장 위험한 항목이 이거라고 봅니다. 저당권은 조문이 무조건 소멸이라고 못 박아줍니다. 전세권은 사건 기록을 보면 배당요구 여부가 나옵니다. 그런데 등기 안 된 임차인과 유치권은 둘 다 등기부에 흔적이 없습니다. 서류로 끝나지 않고 현장에 가야 하는 부분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와 임차권등기명령은 각각 조건과 절차가 따로 있어 여기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별도 글에서 다뤘습니다.

등기부에 보이지 않는 권리가 남습니다. 서류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등기부에 보이지 않는 권리가 남습니다. 서류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말소기준권리」라는 말을 쓸 때 주의할 점

이 용어는 편리합니다. 기준선을 하나 긋고 위아래로 가르면 대부분의 사건이 정리됩니다. 실무 자료·경매 정보 사이트가 다 이 말을 씁니다.

다만 두 가지를 기억해두는 게 좋습니다.

첫째, 조문에 없는 말입니다. 법정에서 다툴 때는 제91조 제2항·제3항·제4항으로 논의가 갑니다.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이니까」가 아니라 「저당권에 대항할 수 있으니까」가 조문의 언어입니다.

둘째, 기준선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 항목이 있습니다. 유치권(제5항)과 등기 안 된 주택임차권(주임법 제3조의5)이 그렇습니다. 전세권의 배당요구도 기준선 위아래로는 판정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것

가등기나 가처분은 어떻게 되나요?

제91조에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형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영역이라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해 여기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근저당권도 제2항의 「저당권」에 포함되나요?

근저당권은 저당권의 한 형태입니다. 조문은 “모든 저당권”이라고만 쓰고 종류를 나누지 않습니다.

선순위 전세권이 있으면 무조건 인수인가요?

아닙니다. 제4항 단서가 있습니다. 전세권자가 제88조에 따라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합니다. 배당요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유치권은 낙찰가에서 빠지나요?

빠지지 않습니다. 제5항은 매수인이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낙찰가와 별개로 부담이 생깁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으면 안심해도 되나요?

배당요구를 했더라도 배당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다 못 받으면, 대항력이 있는 한 주임법 제3조의5 단서로 임차권이 소멸하지 않습니다. 배당요구 여부와 실제 변제 여부는 다른 문제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근거

  • 민사집행법 제91조(인수주의와 잉여주의의 선택 등) — [시행 2026. 2. 1.] [법률 제20733호, 2025. 1. 31., 일부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경매에 의한 임차권의 소멸) — [시행 2026. 1. 2.] [법률 제21065호, 2025. 10. 1., 타법개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 「말소기준권리」가 조문에 없다는 점은 제91조 제1항~제5항 전문을 대조해 확인

확인하지 못한 것: 가등기·가처분의 소멸·인수 판정은 제91조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이 글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배당 순위와 배당표 작성은 별도 주제입니다.

아파트 짓는 이팀장

공동주택 설계를 15년 했습니다. 세무사도 변호사도 아닙니다. 아파트를 설계하면서도 정작 그 집에 붙는 세금은 잘 몰랐고, 찾아보니 나오는 글마다 숫자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확인한 걸 정리해두기 시작했습니다.